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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심리상담 받기까지,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by 어피치이 2025. 6. 28.

상담 받기까지 망설였던 이유, 결심의 계기, 그리고 첫날의 감정

“요즘 너무 힘들다”
그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심리상담이라는 단어를 처음 검색한 날부터 상담실 문을 열기까지, 나는 정확히 6개월을 망설였다.
이 글은, 상담을 받아볼까 고민만 하던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덜어주는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다.

처음 심리상담 받기까지,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처음 심리상담 받기까지,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왜 나는 상담을 망설였을까 – “내가 약한 건가?”

지금 생각해보면,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느꼈던 건 꽤 일찍이었다.
아무 일도 아닌 일에 자꾸 눈물이 나고,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고,
출근길만 되면 배가 아팠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였다.
“다들 힘들지, 나만 유난인가.”
“상담까지 받는 건 너무 오바 아냐?”
“시간도 없고, 돈도 들잖아.”

가장 큰 마음의 벽은 '심리상담 = 마음이 망가진 사람만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었다.
그 편견을 가장 강하게 믿고 있었던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 정도는 견딜 수 있다’는 착각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늘 유지하려 했다.
회사에선 책임감 있고 침착한 선배,
가족 앞에선 든든한 자식,
친구들에겐 잘 들어주는 상담가 역할.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는 나에게
약해질 기회도, 공간도 주지 않았다.
자꾸만 쌓이는 피로감과 감정의 고이는 물이
언젠가부터는 내가 웃고 있는 순간에도 찝찝하게 남아 있었다.

상담을 결심하게 된 순간 – ‘이젠 정말 안 되겠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야근 후 귀가하던 버스 안, 누군가의 SNS 글을 보고 이유 없이 울컥했다.
그 글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요즘 아무 이유 없이 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울 이유가 너무 많아서 그런 거야.”

마치 누가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무작정 ‘심리상담소’라고 검색했고,
몇 군데를 찜해두기만 하고 브라우저를 껐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이번 주에는 꼭 예약하자”는 말을 한 달 가까이 반복했다.
왜 그랬을까?

 

상담 예약 버튼조차 무서웠던 이유
상담사에게 나를 설명해야 한다는 두려움

내가 감정을 통제 못하고 울게 될까봐 걱정

혹시 상담이 별 효과 없으면 어쩌지 하는 회의감

결국 나는 상담을 기대하면서도, 실망할까봐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무렵,
회사 동료가 “나 요즘 상담 받는데 좀 편해지더라”고 말한 게 결정적이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그제야 위안이 되었고,
처음으로 용기 내어 상담 예약 버튼을 눌렀다.
정확히 6개월 만이었다.

첫 상담 날의 기록 – “이상하게, 그냥 눈물이 났다 ”

드디어 상담실에 들어가던 날.
손엔 땀이 났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상담사 앞에 앉는 그 자체가 낯설고 무서운 경험이었다.

“어떤 고민으로 오셨어요?”
상담사의 첫 질문.
나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그냥, 너무 오래 참고만 살았던 것 같아요.”
내 입에서 처음 꺼낸 말은 예상 밖이었다.

그 순간
지금껏 억눌렀던 감정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괜찮다고 쌓아 올린 외벽이 허물어지며
말 없이 눈물이 났다.

 

상담은 조언이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상담사는 나에게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들어주고,
내 말에 “그럴 수 있어요.”
“그때 많이 힘드셨겠네요.” 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그날 나는 조언을 들으러 간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확인받고 싶었던 걸 깨달았다.
상담은 ‘답을 주는 곳’이 아니라
내가 나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공간이었다.

 

상담은 약한 사람이 받는 게 아니다
상담을 시작한 지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나도 모르게 방어하고, 감정을 숨기려 하던 순간도 있었지만
조금씩 내 속마음을 말하는 게 편해졌다.

예전엔 ‘왜 이렇게 감정이 많을까’ 자책했지만,
지금은 ‘그 감정이 있어서 내가 나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상담은 약한 사람을 위한 것도, 특별한 상황에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살아가면서 내 감정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마음의 헬스장’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