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꺼내보지 않으면 몰랐던 감정, 나 자신을 다르게 보게 된 순간들
상담을 시작할 때 나는 단순히 “요즘 기분이 안 좋다”는 말로 내 상태를 요약했다.
오늘은 심리상담 3개월 후, 내 안에서 벌어진 변화들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이다.
잠이 잘 안 오고, 감정 기복이 크고, 자꾸만 사람에게 지치는 내가 낯설기만 했다.
처음엔 상담이 뭐 그리 대단한 걸 바꿔줄까 싶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말할 수 있다.
상담은 내 안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고.
생각보다 더 많은 감정이 나 안에 숨겨져 있었고,
내가 나를 얼마나 몰랐는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말로 꺼내보지 않으면 절대 몰랐던 내 감정들
심리상담을 받으며 가장 먼저 느낀 건,
내가 느끼는 감정조차 스스로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힘들다”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그 힘듦이 외로움인지, 두려움인지, 죄책감인지
정확히 몰랐다.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
처음엔 “그냥 좀 우울해요”라는 말밖에 못했다.
그런데 상담사는 “그 우울은 어떤 느낌인가요?”라고 다시 물었다.
그 질문에 대답하려고 애쓰다 보니
처음으로 내 감정을 ‘붙잡아서’ 들여다보게 됐다.
예를 들어,
“아무도 내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계속 들어요.”
이런 말들이 입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그제야 비로소 내 마음속 깊은 감정의 정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억눌렀던 감정일수록 더 강하게, 더 길게 남는다.
말로 꺼내보지 않으면
그 감정은 몸과 행동으로 나온다.
예: 불면증, 과식, 짜증, 무기력 등
상담을 통해 나는
‘말로 표현된 감정은 무게가 줄어든다’는 것을 배웠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감정을 말로 설명하려 애쓰는 것 자체가 나를 돌보는 행위가 되었다.
나 자신을 다르게 보는 눈이 생기다
상담을 3개월 정도 이어가다 보니
내가 과거에 나를 얼마나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내가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었던 말들:
“왜 이것밖에 못해?”
“또 실수했잖아. 사람들한테 민폐야.”
“이렇게 느끼는 내가 이상한 거야.”
이런 생각들을 상담사와 하나씩 들여다보며,
나는 점점 나 자신을 ‘판단’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태도로 바뀌었다.
나를 객관적으로 비추는 거울 같은 시간
상담사는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되짚어주곤 했다.
“지금도 자신을 많이 몰아붙이고 계시네요.”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느끼는 건 충분히 자연스러워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나에게 가혹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만큼도 나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처음으로 와닿았던 날
상담을 받기 전엔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같은 말이 공허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마음 깊이 와닿는다.
이건 긍정적인 척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금 이 감정도 나의 일부’라고 인정하게 된 변화다.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기보다, 삶을 대하는 내 시선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상담을 받으면
삶이 극적으로 변할 거라고 기대하지만,
상담의 본질적인 변화는 ‘외부 환경’보다 ‘내면의 시선’에 있다.
무기력할 때, 감정의 실마리를 찾는 법을 배웠다
예전엔 무기력해지면 "내가 왜 이러지?" 하며 자책하거나
그냥 눕고, 미뤘다.
지금은 그럴 때 잠시 멈추고,
“지금 어떤 감정을 무시하고 있는 걸까?” 하고 스스로 묻는다.
작은 질문 하나로
무기력의 이면에 있던 감정,
예: “실망”, “불안”, “기대했던 만큼 못해서 속상함” 등을 찾아낸다.
이 감정들이 보이면, 무기력은 그냥 증상일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감정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돌보는 것이다
상담을 통해 나는 감정을 억제하거나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돌보고, 이해해야 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감정의 파도가 밀려올 땐 이제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이런 감정이 날 찾아온 시간이다.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거다.”
하루하루가 반복돼도, 내 마음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상담 전에도 퇴근은 했고,
커피는 마셨고,
주말엔 넷플릭스를 봤다.
겉보기엔 지금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하루를 살아내는 ‘태도’가 달라졌다.
더 많이 눈을 감고,
내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내 속도를 존중해준다.
이건 상담이라는 시간을 통해
내가 스스로에게 배운 가장 큰 선물이다.
상담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
심리상담 3개월.
무언가를 극적으로 해결한 것 같진 않지만,
내 안에 감춰져 있던 수많은 감정들과 눈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 감정들이 왜 생겼는지,
어떤 생각이 나를 붙잡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감정을 다정하게 안아줄 수 있을지.
이제 나는 상담을 단지 '문제 해결의 도구'가 아니라,
나를 돌보는 새로운 언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