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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잘 안 맞았던 경험도 있다 – 상담사 변경기와 그 이유

by 어피치이 2025. 6. 30.

안녕하세요.오늘은 상담이 잘 안 맞았던 경험도 있다 – 상담사 변경기와 그 이유에 대해 얘기할 예정입니다.

처음엔 ‘나’의 문제인 줄 알았다

처음 심리상담을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감정의 파도가 잦고, 자꾸 스스로를 작게 느끼며, 사람들 사이에서 괜히 위축되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고도 불편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상담센터에 문을 두드렸다.

첫 상담사는 중년의 여성분이었고, 상담 경력도 꽤 있어 보였다. 말투는 차분했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담을 몇 번 받아도 뭔가 바뀌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대화를 나눌수록 점점 마음의 문이 닫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상담을 끝내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내가 괜히 예민한가?” 하는 의심이 커졌고, 결국엔 자존감이 더 낮아지기까지 했다.

상담 중 상담사에게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유치하게 들릴 수 있어요”라고 했더니, 그분은 웃으며 “그래도 말할 수 있다는 게 어디예요”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어딘가 모르게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위로도 가끔은 공허하게 다가온다. 나는 처음엔 그저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좀 더 솔직해지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고, 몇 번의 상담을 더 받은 후에도 내 안의 어떤 ‘단절된 감정’은 점점 선명해졌다. ‘뭔가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상담이 잘 안 맞았던 경험도 있다 – 상담사 변경기와 그 이유
상담이 잘 안 맞았던 경험도 있다 – 상담사 변경기와 그 이유

결국 상담사를 바꾸기로 결심하다

결정을 내리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담사에게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이건 그냥 내가 너무 까다로운 건 아닐까 싶었다. 상담을 시작하기까지도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 이제 와서 바꾼다는 건 내 결심이 실패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털어놓게 됐는데,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랬어. 나도 처음 상담사랑은 잘 안 맞았어. 바꾸니까 확 달라지던데?”

그 말에 갑자기 힘이 났다.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안도감. 상담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일인데, 성향이 맞지 않으면 당연히 어긋날 수 있다는 사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렇게 상담센터에 조심스럽게 연락해 ‘상담사 변경’을 요청했다. 다행히 센터에서는 이 상황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바꾸는 과정도 생각보다 수월했다.

새로운 상담사는 30대 후반의 남성이었고, 전공 분야가 '감정조절'과 '자기수용' 쪽으로 깊이 있는 분이었다. 상담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내가 말하는 방식, 멈칫거리는 부분, 눈치를 보는 태도를 이 사람은 잘 읽고 있었고, 내가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었다.

그 전 상담사와의 차이는 작지만 분명했다. 작은 고개 끄덕임, 공감해주는 말투, 때로는 내가 뱅뱅 돌려 말할 때 핵심을 짚어주는 방식 등. 이런 작은 요소들이 쌓이며 내 감정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상담 실패는 내 잘못이 아니다 – 솔직한 조언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처음 상담을 시작했는데 어딘가 불편하다면, 그건 그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의사, 미용사, 운동 코치, 심지어 친구들까지도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심리상담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상담을 받는다는 건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내면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꺼내놓는 일이다. 이건 심리적 신뢰와 유대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몇 번 해보고도 편하지 않거나, 자꾸만 내가 문제라고 느껴진다면, 그건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상담사가 나와 잘 맞지 않아서’일 수 있다.

또한, 상담사를 바꾼다는 건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배은망덕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적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중요한 건 내 감정이고, 나의 변화다. 상담사는 그걸 도와주는 동반자일 뿐이지, 나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는 아니다.

내가 이전 상담사와 잘 맞지 않았던 이유는 단지 스타일의 차이였던 것 같다. 그분이 나쁘거나 능력이 없는 게 아니었다. 다만 내가 위로받고 싶은 방식과, 그분이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이 달랐던 것뿐이다. 새로운 상담사와의 만남을 통해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글은 상담이라는 여정을 걷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 ‘왜 나는 상담이 잘 안 되지?’라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도 그랬고, 또 앞으로도 누군가는 겪게 될 과정이다.

상담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관계’이다. 관계에는 궁합이 있고, 호흡이 있다. 지금 내게 맞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라고 단정 짓지 말자. 조금 돌아가더라도, 진짜 나와 맞는 상담사를 만나면 그 모든 과정이 결국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상담은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가이드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일 때, 그 길이 훨씬 따뜻하고 안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