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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기 전까지, 나는 나를 잘 안다고 믿었다

by 어피치이 2025. 7. 1.

누군가 "넌 성격 참 좋다"라고 말하면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늘 예의 바르게 행동했고,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갈등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도 '나는 원만한 성격의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안엔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늘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지치지?"
"사람들이랑 있을 땐 웃는데, 왜 집에 오면 우울하지?"
그러면서도 "나는 큰 문제 없는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 속에, 감정의 본질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다.
처음엔 별다른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몇 번의 상담을 거치며 나는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상담을 받기 전까지, 나는 나를 잘 안다고 믿었다
상담을 받기 전까지, 나는 나를 잘 안다고 믿었다

'성격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 뒤에 감정을 억누른 내가 있었다

상담 중, 상담사가 나에게 물었다.
“화가 나면 어떻게 표현하세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화가 나도 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그건 미덕이라 믿었고,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려면 내가 맞춰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상담사는 내게 말했다.
“그건 감정을 억압하는 거예요.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과, 없는 건 다릅니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성격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 감정을 자주 무시하고 있었다.
속으로 화가 나도 웃었고, 서운해도 ‘별 일 아니야’라고 넘겼다.

문제는 이런 억눌린 감정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는 왜 이렇게 공허하지?’라는 감정의 뿌리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내면에선 계속 감정들이 소리치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나는 괜찮아"라는 말로 눌러왔던 것이다.

진짜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이었다

몇 차례 상담을 거치며, 나는 내 행동 패턴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특히 관계 안에서 내가 자주 느끼는 불편함과 피로감에 주목하게 됐다.

나는 늘 “괜찮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누가 부탁을 하면 마음은 싫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혼자 남으면 그 부탁이 떠올라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상담사는 내게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한 질문을 던졌다.
“왜 거절하지 않으세요?”

나는 대답했다.
“상대가 실망할까 봐요.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그 순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왔지만, 사실은 상대의 기대에 맞춰 내 욕구를 억누르는 사람이었다.
그건 선의가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하며 관계를 유지하려는 불안의 결과였다.

내가 겉으로 밝게 웃고 잘 맞춰주는 건
진짜 성격이 아니라, 관계에서 거절당하지 않으려는 전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처음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상담이 계속되면서, 나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를 묻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늘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먼저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예의 바르다고 생각하겠지.”
“이런 말을 하면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까 삼가야지.”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면 멈추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이걸 진심으로 원하고 있나?"

그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은 나도 내 욕구가 뭔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남을 위한 나'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변화는 생겼다.

 

이전에는 누군가 내 기분을 물으면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이젠 “사실 좀 힘들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무례하거나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답게 산다’는 건 결국
진짜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표현할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담을 받기 전까지 나는 나를 잘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에 대한 오해와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성격 좋다"는 말에 갇혀, 내 감정을 억누르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지키느라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었던 시간들.

이제는 조금씩 그런 나에서 벗어나
'좋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나'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 첫걸음은,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