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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받으며 알게 된 '내가 나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

by 어피치이 2025. 6. 30.

겉으로는 성격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내면은 늘 공허했던 이유

“너는 참 성격이 좋아.”
“늘 밝고 배려심 있잖아.”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봤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실제로 나는 갈등을 피하려고 애썼고, 누군가가 불편해할까 봐 말도 조심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가 괜찮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왜 이렇게 허전하고 외로웠을까?

이 질문을 풀기 위해 심리상담을 시작했고,
그 여정 속에서 나는 ‘내가 나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글은 그런 과정을 기록한 글이다.
내면의 혼란 속에서 상담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상담을 통해 어떻게 나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나누고자 한다.

상담받으며 알게 된 '내가 나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
상담받으며 알게 된 '내가 나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

겉보기엔 평온한 사람, 안에서는 늘 감정이 쌓여만 갔다

나는 어릴 때부터 ‘착하다’, ‘잘 참는다’, ‘분위기 파악 잘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어른들도, 친구들도 나를 편해했고 나는 그런 평가가 싫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무난하게 지내는 것이 내가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가능한 한 갈등을 만들지 않고,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먼저 살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반복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은 뒤로 미뤄두는 게 ‘습관’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화가 난 건지, 서운한 건지도 모른 채
그냥 ‘이쯤에서 넘어가자’며 감정을 눌러두곤 했다.

이런 감정은 쌓이고 또 쌓여서
어느 날은 나도 모르게 사소한 일에 눈물이 터지거나
갑자기 모든 관계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식으로 터져 나왔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이게 단순히 예민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내 감정을 무시하고 외면한 시간들이 만들어낸 결과였다는 걸.

상담에서 마주한 내 모습 – 진짜 ‘나’는 어디 있었을까?

처음 상담을 받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명확히 말하지 못했다.
“그냥... 늘 피곤하고요. 사람들이랑 잘 지내는 데도 자꾸 마음이 허해요.”
그런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담사가 내 말을 놓치지 않고 따라오며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 앞에서는 어떤 모습이세요?”
“그럴 때 속에서는 어떤 감정을 느끼세요?”
“혹시 그런 감정을 표현한 적이 있나요?”

그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니,
나는 사람들에게 맞춰주는 걸 선택한 게 아니라, 강요당한 적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정에서는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늘 착한 아이여야 했고,
학교에서는 튀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자라면서 나는 내 감정을 느끼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감정을 숨기는 법만 익혀온 것이었다.

 

상담사와의 관계 안에서 처음으로,
나는 누군가에게 ‘나도 잘 모르겠는 내 감정’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점점 ‘감정을 느껴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갔다.

그 과정은 고요했지만 강력했다.
마치 수면 아래 오래 잠겨 있던 나 자신을
조심스럽게 다시 꺼내주는 느낌이었다.

나를 이해하게 된 순간, 비로소 공허함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더 이상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사람.
그게 내가 스스로 설정한 ‘이상적인 나’였지만,
그 이미지 속엔 내 감정, 내 욕구, 내 경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상담을 통해 나는 처음으로
‘내가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싫다고 말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걸 배웠다.
그리고 그걸 배운 순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더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늘 ‘맞춰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계를 조율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공허함의 정체를 이해하게 된 게 상담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
그 공허함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억눌려온 감정들과, 드러내지 못한 나 자신이 보내는 신호였던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공허함은 없어져야 할 감정이 아니라,
“이제는 나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자”는 마음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내가 나를 오해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넌 무슨 고민이 있겠어?”라고 쉽게 말하곤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말에 갇혀 오랫동안 내 고통을 인정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건,
고통은 겉으로 드러나는 크기보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더 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고통을 바라보는 첫걸음은
‘나를 오해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성격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에 갇히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느끼고, 때로는 약해질 줄도 알고,
무리하지 않고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지금, 나처럼 늘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그건 당신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오랫동안 ‘자기 자신을 돌볼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돌봄의 시작은
상담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